큐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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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가 직접 사용해 발전시킨 글램

“내가 만든 데이팅 앱인 글램(GLAM)을 사용해 실제 만남까지 이어졌던 여성 수가 한 50명 정도 된다. 직접 글램을 사용하면서 느낀 점과 피드백을 반영해 앱 기능을 꾸준히 개선했고, 이를 통해 앱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국내 1위 데이팅 앱 글램 개발사 큐피스트의 창업자인 안재원 대표는 4월 21일 인터뷰에서 글램의 성공 비결을 이같이 설명했다. 2015년 설립된 큐피스트는 국내 시장에서 글로벌 1위 데이팅 앱인 ‘틴더(Tinder)’를 이긴 한국 토종 데이팅 앱 개발 업체다. 2021년 글램 앱에서 이뤄진 결제액은 약 770만달러(약 102억4947만원)로 틴더의 국내 결제액(약 644만달러) 대비 20%가량 많았다. 누적 회원만 약 600만 명으로 국내 데이팅 앱 시장에서 가장 많은 회원을 보유했다. 누적 매칭 수만 1700만 건에 달한다. 큐피스트가 작년 11월 신규 출시한 성향 중심 매칭 앱인 ‘엔프피(ENFPY)’도 출시 6개월 만에 가입자 10만 명을 돌파했다. 안 대표는 “외모와 조건보다는 성격을 중심으로 매칭해주는 새로운 매칭 앱 필요성에 대한 고민이 생겨, 성격 심리 검사인 ‘MBTI’를 활용한 새 앱을 출시했다”며 “향후 궁합이나 사주 같은 새로운 매칭 포인트로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데이팅 앱 회사를 창업한 이유는.

“데이팅 앱을 만들게 된 건 과거 연애 ‘숙맥’이었던 나 같은 사람들이 만남의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였다. 사실 나는 25세까지 연애해본 경험이 없었다. 키도 지금보다 작았고 외모도 지금과는 좀 달랐다. 그때는 자존감이 떨어졌다. 키를 늘리는 수술과 성형 수술을 받은 이후 외모가 달라지면서 자존감이 올라갔다. 성격도 외향적으로 변했고, 단과대학(예술디자인대) 학생회장과 총학생회장까지 했다. 또 다른 이유는 내가 이런 쪽으로 소질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었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 예술디자인대 학생회장을 했는데 우리 학교는 여학생이 많았기 때문에 공대 남학생들과의 소개팅을 많이 주선했다. 이때 경험을 통해 어떤 사람들이 매칭이 잘되는지 노하우를 얻을 수 있었다.”

글램 서비스를 설명해달라.

“스마트폰에 글램 앱을 설치하고, 사용자가 본인의 사진과 프로필(나이·직업·학력 등), 취미 등을 게시하면 글램이 이성 사용자에게 추천하는 방식으로 서비스가 진행된다. 남녀가 호감이 가는 상대와 상호 ‘하트’를 주고받은 경우에만 매칭이 성사되고, 글램 앱에서 채팅(대화)할 수 있다. 사용자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만 선택해 추천받을 수도 있다.”

직접 글램을 사용했다고.

“그렇다. 글램을 통해 여성을 만나 연애를 해봤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앱 기능을 개선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여성 사용자들이 자신의 거주지와 남성 사용자의 거주지까지의 ‘거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했다. 남성이 여성이 있는 장소로 와서 데이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매칭 추천 알고리즘에 이러한 점을 반영했다. 남성보다는 여성 사용자 경험에 초점을 맞추려고 노력했다.”

국내 시장에서 글램이 틴더보다 잘나간다.

“문화적 차이에 기반한 전략 차이 때문이다. 미국은 개인주의 문화가 발달했기 때문에 타인의 시선보다는 자기 생각이 매우 중요하다. 반면 한국은 친구나 소속 집단에서의 시선이 굉장히 중요하다. 미국은 길거리에서 마음에 들면 말을 걸고, 만나서 연애하는 ‘훅업 문화’가 발달해 있다. 데이트 상대의 조건은 보지 않고, 개인의 호감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짧은 데이트가 목적인 다소 가벼운 만남이 주를 이룬다. 틴더는 이러한 가벼운 만남을 추구하는 데이팅 앱으로 발전했다고 본다. 반면 글램은 진지한 만남을 추구한다. 데이트 상대의 조건도 함께 보여주고자 했다. 틴더가 여러 명을 동시에 빠르게 보여주는 방식이라면, 글램은 한 명 한 명을 자세히 보여주는 게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MBTI 같은 성향 매칭 포인트를 글램에 적용해도 됐을 텐데, 엔프피라는 신규 앱으로 출시한 이유는.

“브랜드는 하나의 아이덴티티(정체성)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램이 추구하는 아이덴티티는 이성 간 ‘진정성 있는 만남’이다. 엔프피는 ‘성향이 맞는 만남’이다. 엔프피는 이성뿐 아니라 동성 간 친목 도모의 만남도 포함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별도의 앱으로 출시하게 된 배경이다.”

최근 글램에서 1일 1회 무료 매칭 서비스를 없앴다.

“유료화 전략을 강화하기 위한 경영 전략이다. ‘진정성 있는 만남’이라는 글램의 아이덴티티를 강화하고, 진정성 있는 사용자로 서비스를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기존에는 1일 1회 무료로 하트를 주고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유료 결제를 해야 한다. 자신이 정말 진정성을 가지고 호감 가는 상대에게만 하트를 던질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글램을 탈퇴하라’는 문구를 앱 첫 화면에 띄운 이유는.

“고객(회원)이 잘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회원들이 우리 앱을 통해 만남을 가지고 솔로를 탈출해서 이 앱을 탈퇴하는 게 우리 목표다. 우리는 회원 수를 줄이는 게 목표다.”

인공지능(AI)을 어떻게 활용하나.

“우리는 이미 AI 알고리즘을 매칭 추천에 활용하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된 오픈AI의 GPT-3 등의 모델을 사용한 악성 유저 탐지 기술도 개발 중이며, 조만간 글램에 탑재할 예정이다. 악성 유저의 데이터만을 사용해 AI 모델을 학습시켜 비정상적인 대화를 시도하는 악성 유저를 찾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챗GPT를 활용해 사용자가 AI와 채팅 연습을 하도록 해 피드백을 받도록 하는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이 밖에도 AI 기반의 라이브니스(Liveness) 탐지 기술을 개발했다. AI 모델이 사용자의 얼굴 데이터를 3D 폴리곤으로 인식해서 프로필 사진 인물과 일치하는지 인증받도록 최근 글램을 업데이트했다.”

사업 철학이 있다면.

“내 왼쪽 팔에는 ‘Satisfy the desires of love(사랑의 욕망을 충족시킨다)’라는 문구의 문신이 새겨져 있다. 내 사업 목표를 문구로 새긴 것이다. 매슬로의 욕구 단계 이론에 따르면, 사랑은 최고 단계에 있는 욕구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다. 이 사업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선택과 집중’이라는 방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글램의 경우, ‘진정성 있는 만남’이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집중했고, 빠른 성장보다는 느린 성장을 선택했다. 우리가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기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한 이유다. 글램 앱 안에서 사용자 간 영상통화 매칭이 가능한 ‘라이브’ 채팅방을 별도로 분리해 사업화하지 않고, 최근 폐지한 것도 본래 사업 목표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앞으로 만들고 싶은 서비스는.

“셀러브리티(celebrity·유명 인사)들은 사회적 시선 때문에 데이팅 앱을 사용해서 만나기 어렵다. 이들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 올 상반기에 셀러브리티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출시하기로 결정한 이유다. 아직 셀러브리티의 가입 자격은 정하지 않았다. 한국에도 프랑스의 ‘팍스(PACS·시민연대계약의 줄임말로, 결혼 대신 동거하는 커플을 국가에서 사실혼으로 공식 인정해주는 제도)’ 같은 ‘계약 동거’의 가족 형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계약 동거를 중재해주고, 만남을 이어주는 사업 서비스도 구상하고 있다. 중년층을 위한 서비스를 포함해, 다양한 만남을 이어주는 앱을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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